인공지능(AI) 도입으로 인해 우리나라 취업자 중 약 341만명이 AI 기술에 의해 대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AI가 비반복적이고, 인지적인 업무를 대체하는 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대표적인 고소득 직업인 의사와 회계사, 변호사 등도 AI로 인해 대체되기 쉽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은 16일 ‘AI와 노동시장 변화’(BOK 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어떤 일자리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지와 이로 인한 노동시장 영향과 관련 시사점에 대해 분석했다. 한은이 AI 특허정보를 활용해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산출한 결과, 전체 취업자수 대비 12%인 우리나라 취업자 중 약 341만명이 AI 기술에 의해 대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 노출 지수 상위 20%에 해당하는 직업을 식별하고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를 더한 결과다. 임계점을 상위 25%로 확대할 경우 해당 일자리는 약 398만개(전체 일자리의 14%)로 늘어난다.
이번 분석은 마이클 웹 스탠퍼드대학 교수의 논문에 나온 ‘AI 노출 지수’ 개념을 한국표준직업분류로 변환해 우리나라 직업 중 AI에 크게 노출된 일자리를 식별했다. 이를 위해 특정 업무가 AI 기술에 의해 얼마나 대체 가능한지 측정하기 위해 관련 직업에 AI 특허가 얼마나 많은지를 조사해 지수를 작성했다.
AI 노출 지수가 가장 높은 일자리에는 화학공학 기술자, 발전장치 조작원, 철도·전동차 기관사, 상하수도·재활용 처리 조작원 등이 포함됐다. 이들 일자리는 대용량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를 효율화하기에 적합할 것으로 판단됐다. 직업 세분류로 살펴보면 대표적인 고소득 직업인 일반 의사(상위 1% 이내), 전문 의사(상위 7%), 회계사·자산운용사(상위 19%), 변호사(상위 21%) 등이 AI로 인해 대체되기 쉬운 직업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수가 낮은 일자리로는 음식 관련 단순 종사자, 대학교수·강사, 종교 관련 종사자 등 대면 접촉과 관계 형성이 필수적인 일자리가 포함됐다. 기자(상위 86%), 대학교수(상위 98%), 가수·성악가(상위 99%)는 지수가 낮은 직종으로 AI가 대체하기 힘든 직종으로 나타났다.
임금수준과 학력수준별로 보면 고학력과 고소득 근로자일수록 AI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었다. 이는 산업용 로봇과 소프트웨어가 저학력과 중간소득 근로자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것과 반대되는 것이다. 한은은 AI가 비반복적·인지적 업무를 대체하는 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고학력·고소득 일자리가 AI로 더 대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AI 노출 지수가 높은 일자리일수록 고용이 줄어들고 임금 상승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지난 20년간 산업용 로봇과 소프트웨어 노출 지수가 높은 일자리의 고용 비중과 임금상승률이 낮아진 결과를 토대로 AI 노출 지수가 10백분위수 높은 일자리의 경우 해당 일자리의 고용 비중은 7%포인트 줄어들고, 임금상승률은 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용 로봇의 경우는 노출 지수가 10백분위수 높은 직업의 경우 고용 비중이 12%포인트 감소하고, 임금 상승률은 5%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의 경우는 소프트웨어 노출 지수가 10백분위수 직종의 높은 경우 고용 비중은 7%포인트 감소하고 임금상승률은 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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