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이 시간당 9천620원(월 201만580원)으로 결정났다. 올해 9천160원보다 5.02%(460원) 올랐다. 정부가 예상하는 3분기 물가상승률 약 6%보다 낮아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는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관심을 모았던 최저임금 1만원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박준식)는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속개한 8차 전원회의에서 이 같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했다.

지난 28일 한 차례 수정안을 냈던 노사의 줄다리기는 이날 두 차례 더 이어졌다. 노동자위원은 2차 수정안으로 1만90원(10.1% 인상), 3차 수정안으로 1만80원(10% 인상)을 요구했다. 사용자위원은 2·3차에서 각각 9천310원(1.6% 인상)과 9천330원(1.86% 인상)을 제시했다.

간격이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은 오후 5시30분께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했다. 9천410원과 9천860원 사이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올해 적용 최저임금 대비 2.73~7.64% 인상한 수치였다. 사용자위원과 노동자위원은 심의 촉진 구간 내에서 수정안을 제출하는 것을 거부하고 공익위원에 단일안을 주문했다.

오후 10시께 재개한 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은 시급 9천620원을 제출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2.7%와 예상 물가상승률 4.5%를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 2.2%를 빼 5% 수준을 맞췄다. 공익위원들은 지난해에도 이 같은 산술식을 적용해 최저임금을 결정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공익위원의 단일안에 대해 실질임금을 삭감하는 안이라고 반발하며 표결선언을 하기 전에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물가상승률을 매우 소극적으로 적용했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실제 인상 폭이 줄어든 상태인데도 5% 인상을 결정했다”며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드는 공익위원안은 절망스럽고 또 분노스럽다”고 퇴장 이유를 밝혔다. 실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3분기 물가상승률이 6% 수준에 이르고, 고물가 상태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사용자위원 전원은 표결선언 이후 회의장에서 일어섰다. 류기정 한국경총 전무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 입장에서 5% 인상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따라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기권했다”며 “지불능력 한계에 도달했는데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반영이 잘 안 됐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는 공익·사용자·노동자위원 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민주노총(4명)이 불참하고, 사용자위원(9명)이 기권한 상태에서 최저임금위는 공익위원 단일안을 놓고 표결에 붙인 결과, 찬성 12표·반대 1표·기권 10표로 가결했다.

표결 뒤 한국노총은 “엄청난 물가상승률로 불평등과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낮은 인상률은 저임금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라며 “표결 불참을 고려했지만 그럴 경우 피해가 저임금 노동자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최저임금안은 존재할 수 없고, 이해관계를 계속해서 축소·조정하는 논의 과정을 거쳤다”며 “(공익위원 단일안은) 노동자 생계비와 사용자 지불능력을 모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위에서 결정한 최저임금안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의제기 절차를 거친 뒤 8월5일까지 고시해야 한다.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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