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홈플러스 운송업체에서 일하는 온라인 배송기사들이 법원에서 교섭권을 재차 확인받았다. 온라인 배송기사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므로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다.

올해 1월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도 법원은 온라인 배송기사의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처음으로 인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운송업체와 운송계약을 맺고 지입차량을 운행하는 특수고용직이지만, 원청의 지시를 받았다고 봤다.<본지 2022년 2월9일자 2면 “법원 ‘온라인 배송기사’ 노동자성 첫 인정” 참조>

배송기사의 수차례 교섭요구 거절
법원 “노조법상 노동자” 중노위 판정 유지

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홈플러스와 업무위탁계약을 맺은 운송사 서진물류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섭요구사실의 공고에 대한 재심결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건은 마트산업노조 온라인배송지회(지회장 이수암)가 설립된 2020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회는 운송사에 그해 8월5일 서면으로 임금협약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요구를 했으나 사측은 응하지 않았다. 지회는 이틀 뒤 재차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하라고 요구했지만, 답이 없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회측 시정신청을 받아들였고, 중노위도 초심을 유지했다. 지회 소속 노동자들이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운송사는 이에 불복해 2020년 10월 소송을 냈다. 사측은 “배송기사를 지휘·감독하지 않았고, 회사와 배송기사의 관계가 지속적·전속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온라인 배송기사도 노조법상 노동자라며 교섭권을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며 중노위 판단을 유지했다. 세부적으로 △소득 의존도 △운송사의 지휘·감독 △지속적·전속적 업무 △노무 제공 대가성 등을 토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배송기사들은 운송사와의 계약에 따른 운송업무에 종사하고 있어 다른 직업에서 추가소득을 얻기 어렵다”며 “소득의 주요 부분을 운송료에 의존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회사가 계약 내용과 보수를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봤다.

“계약해지 위험 노출, 집단 단결 필요”
노조, 임금·단체교섭 요구 계획

특히 회사가 구체적으로 지휘·감독을 했다고 봤다. 배송업무 시스템을 통해 업무내역을 상시 보고하고, 고객이 원하는 배송시간에 운송했는지를 평가하는 등 업무 방식을 지정했다는 것이다. 또 통상 2년씩 운송계약이 연장되는 부분을 근거로 ‘지속성’을 인정했다. ‘전속성’ 역시 운송사가 배송차 사양을 특정하고 도색과 시안을 통일한 부분을 근거로 삼았다.

이를 전제로 ‘교섭권’ 보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배송기사는 수수료율 책정에 관해 충분한 교섭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개별 배송기사가 노무제공 조건을 교섭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송기사는 각종 사고나 질병 등 산업재해 노출 위험이 있는데도 경제적·사회적 안정성의 보장은 열악하다”며 “각종 사유로 인한 계약해지의 위험에 노출돼 있어 집단적으로 단결함으로써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권을 보장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명시했다. 배송물량과 운송사가 공제하는 수수료율에 의해 좌우되는 운송수수료에 대한 교섭이 허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회측은 1심 판결에 따라 운송사에 재차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수암 지회장은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판결을 기다리기 위해 교섭요구를 하지 않았는데, 조만간 임금협약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기간 진행되는 소송으로 인한 피해도 염려했다. 그는 “노동환경이나 처우를 개선하려면 빨리 교섭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답답할 따름”이라며 “산재보험이 적용됐지만, 용차비 같은 부분은 지불해야 해서 노동자성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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