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현장 경험·일상 기록…노동자 목소리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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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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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민 부산일반노조 사무국장- 신라대 청소노동자 고용유지 도와
- 부산대 생협노동자와 농성 진행
- 노동자를 위한 스피커 되고 싶어

“노동자들의 투쟁 경험은 현장이 끝나면 휘발되기 일쑤입니다. 이들이 투쟁 현장에서 겪은 경험이나 일상을 언어로 정리하면, 현장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질 겁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글이나 입을 통해 울려 퍼지게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부산일반노조 배성민 사무국장이 자신의 목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여주연 기자
부산일반노조 배성민(36) 사무국장이 지향하는 노조 활동가의 역할이다. 그는 2020년 12월 처음 활동가의 길을 걷게 된 노조 신참이다. 조직부장으로 시작해 지난해 12월부터는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일반노조는 주로 규모가 영세한 사업장에서의 투쟁을 지원한다. 조합원 수가 많고 조직력도 치밀한 대규모 사업장 노조에 비해 투쟁에서 이기는 건 물론 투쟁에 나서는 것 자체가 힘들다. 활동가로서는 쉽지 않은 자리인 셈이다.

배 국장은 첫 투쟁부터 승리를 맛봤다. 지난해 6월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해고 철회 및 직접 고용 요구가 농성 114일 만에 대학으로부터 받아들여졌다. 그가 노동자들을 잘 지도해서였을까. 그는 “청소노동자들이 스승이 돼줬다”고 한다. 이들이야말로 10년 가까이 투쟁을 벌여온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그 역시 동아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에서부터 2018년에는 노동당 소속으로 부산 사하구의회 의원으로 출마하기까지 지역에서 적잖은 활동을 해왔지만, 노동 현장에서는 풋내기 신세를 면하기 어려웠다.

배 국장은 “이곳 노동자들은 10년간 3차례 농성한 투쟁 베테랑이다. 나는 경험이 없었다. 처음 느낀 현장은 ‘군기’도 셌다. 평소 커피를 마시지 않는 편인데, 청소노동자가 권하는 커피를 거절했다가 한동안 냉대를 받았다”며 “하나부터 열까지 혼나고 배우며 현장을 익혔다. 승리가 확정됐을 땐 서로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내게도, 노동자들에게도 첫 승리라 의미가 남달랐다”고 전했다.

배 국장은 신라대 현장에서의 경험을 책으로 옮겼다. 지난 8월 출간된 ‘현장의 힘’이다. 그는 “뉴스에서는 투쟁이 무섭게 표현된다. 피켓을 들고 고함치는 모습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투쟁에서 이기려면 농성장에서의 일상을 행복하게 보내는 게 중요하다. 매일 같이 고함치고 표정을 일그러뜨린다고 투쟁에서 이기는 게 아니다”며 “그런데도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상을 유지해왔는지에 대한 기록은 드물다. 공연하고, 노래하고, 연대 투쟁지에서 관광하고, 그런 재미있는 일들을 찾아 즐기는 농성장에서의 일상, 이기는 농성을 위한 일상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부산대 생협 노동자들과 농성에 나서고 있다. 이 학교 식당과 매점에서 일하는 생협 노동자들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지난 3년간 임금이 동결됐다. 인력도 50여 명에서 20여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똑같은 업무를 수행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체계도 상이하다. 오랫동안 나쁜 처우를 견뎌온 생협 노동자들을 위해 배 국장은 또 기록을 준비한다. 그는 “부당한 일을 당해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사람들이 왜 결국엔 거리로 나서 목소리를 내게 됐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노동자들을 위한 스피커가 되는 게 내 지향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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